[기고] 언제까지 ‘굴욕외교’ 인가
2017년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행사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한중 우호증진을 위해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수행 기자 폭행뿐만 아니라 8끼나 혼자 밥을 먹게 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지난 8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해 놓고,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했다. 싱 대사는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미 외교관계를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시진핑 주석 지도하의 위대한 중국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가 넘는 외교 결례가 유튜브 생방송까지 됐다. 싱 대사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비판하는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한국을 마치 속국 정도로 여기는 중국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1961년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채택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41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다. 시진핑이 국빈으로 초청한 문 대통령을 홀대한 처사나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베팅’ ‘후회할 것’ 등의 도발적 언행을 한 것은 외교의 틀을 벗어난 매우 부적절한 행태다. 또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한다는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의 제일 야당 대표가 보인 자세다. 이 대표는 싱 대사가 15분 가량 발언하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경청만 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욕 외교를 했다 해도 이 대표까지 싱 대사의 내정 간섭적인 도발적 언행에 한마디 말도 못한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야당 대표라도 국익 앞에선 싱 대사의 언동에 엄중히 경고했어야 했다. 이 대표는 “마땅치 않아도 협조하는 게 외교”라는 억지 논란으로 이번 일을 덮으려 했다. 무엇보다 제일 야당의 대표가 특정국 대사에게 그런 자리를 깔아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이 대표 한 사람이 국민의 자존심마저 뭉개버린 것이다. 이 대표의 헛발질은 위태위태한 한중 관계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툭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를 ‘굴욕외교’라고 운운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가 ‘굴욕외교’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면 일본대사를 만났어야 했다. 중국은 일본의 오염수 문제를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후쿠시마의 30배가 넘는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왜 중국대사에게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이 대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야당 대표로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중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야당 대표의 노력에 대해 폄훼를 하고 비난을 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갈등의 근원이 한국을 얕잡아보는 중국 측의 오만하고 고압적인 행태에 있는데도 중국을 감싸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주변 4국과의 당당한 협력 외교를 내세웠지만 일본에만 당당하고 북한 중국에는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제 야당도 전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굴욕외교’는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굴욕외교 한미 외교관계 야당 대표 외교안보 정책